부모의 이혼을 아이가 '나중에' 알게 된다면, 그게 더 잔인한 걸까요, 아니면 더 배려 깊은 걸까요. 소마이 신지 감독의 를 보고 나서 제가 한참 붙잡혀 있던 질문입니다. 1993년작이지만 2025년 7월 국내 개봉한 이 영화, 처음엔 별 기대 없이 시작했다가, 끝까지 몰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설계된 구도 연출영화 첫 장면, 삼각형 모양의 식탁에 엄마·아빠·렌코 세 사람이 앉아 밥을 먹습니다. 구도(composition)란 화면 안에서 인물과 사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를 뜻하는데, 여기서 소마이 신지 감독은 삼각형이라는 가장 불안정한 도형을 가족의 형태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이 장면에서 이미 '이 집은 뭔가 어긋나 있구나'를 느꼈는데, 나중에 이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첫 장..
고등학교 3년, 단 하루도 빠지지 않은 461개의 도시락. 이 숫자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영화니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실제로 일본 힙합 밴드 TOKYO NO.1 SOUL SET의 멤버 와타나베 도미시가 쓴 자전적 에세이를 원작으로 합니다. 도시락이 이렇게 마음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서툰 사랑 이 영화의 아빠 카즈키는 소위 말하는 '좋은 아빠'의 교과서와는 거리가 멉니다. 자유분방한 뮤지션으로 살아온 그는 정서적 조율 능력, 즉 아이의 감정 상태를 세심하게 읽고 반응하는 능력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여기서 정서적 조율이란 부모가 자녀의 내면 상태에 맞춰 반응하는 것을 뜻하는데,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서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의..
이 영화의 포스터는 얼핏보면 평범한 가족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따뜻한 가족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대 보면서 '아 이 가족은 평범하지 않구나'를 느꼈습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만든 2008년작 는 가족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조금 불편한 그리고 정직한 영화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단절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포스터 속 네 사람의 시선이었습니다. 서로를 보지 않습니다. 각자가 완전히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그 거리감이 영화 내내 이어집니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이것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카메라 위치로 보여줍니다. 가족이 처음으로 한 식탁에 둘러앉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계단 뒤에 자리를 잡습니다. 난간이 화면을 가로막고, 관객은 식사하는 가족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핏줄이 전부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일 때"를 보고 나서 그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엄마가 있어도 늘 혼자였던 열한 살 토모의 이야기는, 제가 생각해 온 '가족'의 정의를 다시 묻게 만들었습니다. 트랜스젠더 린코, 외삼촌 마키오, 그리고 토모. 이 세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상이 왜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는지, 보는 내내 저는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가족해체의 빈자리토모의 엄마는 남자가 생기면 집을 나갑니다. 아이가 혼자 남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토모의 삼촌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표현. 삼촌은 누나가 우선순위를 모른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토모 엄마는 정확히 알고 있는 겁니다. 자신의 쾌락이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