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통의 문자가 두 사람의 4년을 갈라놓았습니다. 영화 를 봤을 때, 저는 그냥 러브스토리인 줄 알았습니다. 결국 '시간'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이시다 유리코가 만들어낸 이 조용하고 쓸쓸한 이야기는,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엇갈린 사랑 마키노 사토시는 13세에 기타를 시작해 20세에 뉴욕에서 데뷔한 클래식 기타리스트입니다. 마키노가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박수를 받으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공허함을 안고 살았다는 설정이 그래서 납득이 됐습니다. 그런 그에게 요코가 나타납니다. 파리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우연히도 마키노가 OST에 참여한 영화감독의 딸이었죠. 처음 만남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연스러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장..
1996년 작 일본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순전 히 야쿠쇼 코지 때문이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자리를 못 뜨고 앉아 있었습니다. 《쉘 위 댄스?》는 중년 남성이 댄스 교습소에 들어가면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불륜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오랫만에 다시 봤지만 올해의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감정이었습니다. 야쿠쇼 코지가 몸으로 증명한 것주인공 스기야마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그냥 그 사람인 것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퇴근길 전철 안에서 유리창에 이마를 기댄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첫 장면부터 그랬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저는 이미 이 남자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얼마나 무료한지를 느꼈습니다. 주인..
마지막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영화 내내 스즈키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그 확신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포스터부터 "반전이 있다"고 대놓고 광고하는 작품인데, 정작 그 반전이 어디서 올지는 몰랐습니다. 80년대 배경 로맨스라는 달콤한 포장지 속에 꽤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었습니다. 반전 결말 영화를 보는 동안 저는 내내 스즈키에게 야유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소심하고 뚱뚱했던 청년이 다이어트에 성공해 핫가이로 거듭나더니, 장거리 연애에 지쳐 직장동료 미야코에게 흔들리는 전형적인 배드가이 서사. 너무 익숙한 클리셰라서 의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공식에 길들여진 관객 심리를 정확히 겨냥합니다. 핵심 반전은 간단합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줄은 알았지만, 이런 내용일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결말을 보고 나서 그 반전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내가 가장 경멸하던 사람이 사실은 나를 가장 깊이 사랑한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그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이 연출하고 2018년 개봉한 《이름없는 새》는 그 불편한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줄거리와 반전 결말 처음 영화를 봈을 때 저는 토와코라는 인물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녀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먹여 살리는 진지를 '더럽다', '미꾸라지 같다'며 노골적으로 혐오합니다. 연상의 남자가 공사 현장에서 번 돈으로 생활비를 대고 밥까지 차려주는데, 고마움은커녕 모욕적인 말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진지가 그 말들을 듣고도 화 ..
블랙프라이데이 때 새벽 배송으로 주문한 물건이 현관 앞에 쌓여 있는 걸 보면서,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왔을지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영화 라스트 마일을 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택배 한 상자 안에 폭발물이 들어 있다는 설정인데, 보는 내내 무서운 건 폭탄이 아니라 그걸 멈추지 못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물류 시스템: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의 실체일반적으로 대형 쇼핑몰 사고가 나면 회사가 즉각 배송을 중단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가 보여주는 건 전혀 다른 그림이었습니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데일리패스트의 일본 지사 세이부무사시노 물류센터에서 출하된 택배가 고객 손에서 연달아 ..
일본영화 "피스 오브 케이크"는 연애를 밥 먹듯 해왔지만 정작 한 번도 제대로된 연애를 한적이 없는 여자, 시노와 그래도 사랑이 뭔지를 아는 것 같은 남자, 교시로의 사랑 이야기 입니다. 교시로가 시노를 만나기 전에 사귀고 있던 여자가 있었기에 상황이 복잡해졌지만 결국은 시노와 교시로는 다시 만나게 되는 러브스토리입니다. 첫사랑처럼 찾아온 감정주인공 우메미야 시노(타베 미카코 분)는 연애를 못 하는 여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누군가 고백해오면 만나고, 또 헤어지는 패턴을 반복해온 사람입니다. 폭력적인 마사키와의 관계도 그랬고, 그 이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시노가 조금 능동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는 연애를 하는 것 같았기 ..
핏줄이 전부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일 때"를 보고 나서 그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엄마가 있어도 늘 혼자였던 열한 살 토모의 이야기는, 제가 생각해 온 '가족'의 정의를 다시 묻게 만들었습니다. 트랜스젠더 린코, 외삼촌 마키오, 그리고 토모. 이 세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상이 왜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는지, 보는 내내 저는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가족해체의 빈자리토모의 엄마는 남자가 생기면 집을 나갑니다. 아이가 혼자 남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토모의 삼촌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표현. 삼촌은 누나가 우선순위를 모른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토모 엄마는 정확히 알고 있는 겁니다. 자신의 쾌락이 아..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다. 평범한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만드는 아름다운 영화다. 주인공 야마다는 교도소 출소 후 작은 마을의 공동 주택 무코리타에 거주하게 된다. 불쑥 찾아와서 욕조를 빌려달라는 옆집 남자 시마다, 그의 친구 스님, 집주인 여자 미나미, 수산물 가공 공장의 사장님 등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이웃이 되어간다. 새로운 이웃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집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시마다가 그냥 두지를 않는다. 첫날부터 욕조를 빌려달라고 했으나 겨우 거절했다. 그러나 시마다는 더운 여름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으니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며 자주 들러봐 준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농사지은 오이며 토마토를 놓고 간다. 야마다가 늘어져 있다가 오이를 먹고 토마토를 먹으며 ..
실종, 아버지가 실종되고 딸이 찾아다니고, 연쇄살인범이 아버지를 죽였을 것 같은 상황.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긴장감이 돌고 끝을 알 수 없는 내용 전개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직 중학생인 딸은 용감하게 아버지를 찾아다니고 어수룩해 보이기만 했던 아버지는 생각보다 훨씬 머리가 좋았다. 실종 전부터 아버지는 살인범을 알고 있었고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사토 지로실종, 너무 재미있는 영화를 한편 봤다. 어제 본 영화의 주연 사토 지로의 연기가 좋아서 그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간략하게 읽은 영화 줄거리만으로는 실제의 내용을 유추할 수 없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 사토시는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는 딸에게 자기가 연쇄살인범을 지..
폭탄을 설치한 테러범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범죄 심리, 인간 심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남자가 술을 마시고 술집 앞 자판기를 발로 차고 난동을 부리다 잡혀온다. 보기에는 어수룩해 보이는 이 중년 남자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는 하나씩 맞아 들어간다. 그가 폭탄 테러범이라고 생각하고 취조를 계속하는데, 오히려 피의자가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하고 형사가 답을 하는 상황이 되고 퀴즈를 풀 듯 그의 말과 손가락과 모든 것을 분석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스즈키취조실의 남자는 본인이 스즈키 다코사쿠라고 한다. 겉모습은 어수룩해 보이는데, 말을 할수록 머리가 좋은 남자로 보인다. 이곳에 온 것은 술 마시고 술집의 자판기를 발로 차고 난동을 부려서인데,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본인이 감이 좋은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