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내를 잃은 남편의 회한을 그린 영화라길래 잔잔한 위로가 담긴 작품을 기대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제 안에 숨어 있던 비겁한 구석이 들켜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2016년작 은 상실을 겪고도 울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가 어쩌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죄책감, 사치오라는 인물영화를 보면서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헤어숍을 운영하는 아내 나츠코가 남편 사치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장면인데, 오가는 말들이 칼날처럼 서늘합니다. 사치오는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비틀며 생채기를 내고, 나츠코는 끝내 웃으며 자리를 마무리하고는 친구 유키와 버스 여행을 떠납니다.그 밤, 사치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불륜 상대를 집으로 불러들..
이 영화는 극적인 전환도, 격렬한 감정 폭발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참 동안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토니 타키타니". 고독한 토니의 삶을 통해 고독과 상실, 그리고 물질적 욕망을 이야기합니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지금 이 시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고독의 구조 토니 타키타니, 이름 자체가 하나의 고독을 말해줍니다. 일본인이지만 서구식 이름을 가졌기에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존재. 처음주터 저는 이것이 이 인물의 실존 자체를 미리 정의하는 장치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했습니다. 영화는 이 남자의 삶을 설명할 때 '고독(孤獨)'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습니다. 대신 그가 어린 시절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집에 돌아오고, 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