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단조로운 이 영화를 보고, 나는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청소부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그의 매일의 일상을 쫒는다. 같이 일하는 동료, 단골 술집, 자전거, 올드 팝송, 카세트 테이프, 갑자기 나타난 조카 이런 것들이 단조로운 그의 일상에 변화를 주는 도구이다. 심심할 것 같았으나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다.

 

퍼펙트 데이즈 (루틴, 올드팝송, 도쿄 화장실)
퍼펙트 데이즈 (루틴, 올드팝송, 도쿄 화장실)

 

히라야마의 루틴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양치를 하고 수염을 정리하고 출근할 때는 차안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송을 듣는다. 퇴근을 하면 목욕탕에 들려 씻고 단골 술집에서 술을 한 잔 하고 돌아와 책을 읽고 잔다. 아침에는 동네를 청소하는 빗질 소리에 일어나서 다시 하루를 반복한다.

 

히라야마는 말수가 적다. 적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안하는 수준이다. 처음엔 말을 못 하는 역할인가 싶었다. 그 대신 얼굴표정으로 말한다. 가끔 손도 사용한다. 동료가 자기의 카세트테이프를 팔려고 하자 가져오라고 여러 번 손으로 말한다. 독특했다. 나였다면 빨리 가져오라며 고함을 질렀을 것 같은데, 그는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는다.

 

매일 본인의 규칙대로 생활하지만 가끔 변수도 생긴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갑자기 차를 빌려달라고 하고, 여자친구가 있는 술집에 가야 하니 돈이 필요하다고 하고, 히라야마의 카세트테이프가 빈티지라서 비싸게 팔린다고 팔러 가자고 하고 결국 그날은 있는 현금을 다 주고 집에 와서 컵라면을 먹는다.

 

그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그리고 미소도 잘 짓는다. 가끔 알 수 없는 슬픈 표정이 얼굴에 섞여있다. 점심시간에 찾는 신사 안에 있는 긴 의자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사진에 남긴다. 

 

 

올드 팝송

히라야마는 아침마다 올드 팝송을 들으며 출근한다. 덕분에 영화 내내 올드팝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냥 달릴 뿐인데 아침의 상쾌함이 전해지는 듯했고 그 출근길에서 볼 수 있는 도시의 경치가 좋았다. 아마도 그가 말이 없어서 더 바깥 경치에 집중하게 되고 음악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나 보다.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이 있는데, 그곳의 여주인을 맘에 들어했던 것 같다. 어느 날 갔더니 아직 문이 닫혀 있었고 건너편 가게에서 기다리다 남자 손님 한 명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들어가려다가 여주인과 그 남자 안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황급히 자리를 뜬다. 강을 바라보며 혼자서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좀 전의 그 남자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오랜 단골이니 아는 듯, 본인 소개를 한다. 여주인의 전남편이고 헤어진 지 7년 만에 처음 만나러 온 것이고 암이 전이된 상태라며, 히라야마에게 전 부인을 잘 부탁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자가 2개 겹치면 더 어두워지는 지를 묻는데 히라야마는 직접 해보자며 실제 겹쳐본다. 전남편은 그대로라고 하고 히라야마는 어두운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둘이서 그림자밟기 놀이를 한다.

 

난 사실 이 그림자 이야기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뜻으로 물은 것인지 그리고 무슨 뜻으로 대답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중에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다.

 

 

도쿄 화장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청소부다. 이렇게 깔끔하게 일하는 청소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안 보이는 곳까지 거울을 비쳐보며 꼼꼼하게 청소한다.

 

이 영화에서 도쿄의 다양한 화장실이 나오고 화장실 자체도 작품처럼 너무 멋있어서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 도쿄 시부야구의 공중화장실을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재디자인해 안전과 편의와 포용성을 높이려는 도시 재생 성격의 프로젝트로 17개 화장실에 16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했다고 한다. 어쩐지 곳곳의 디자인이 다 다르고 내부 시설도 좋아 보였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출근길 차 안, 카세트테이프에선 Nina Simone의 'Feeling Good'이 흐르고, 미소를 짓는 듯하더니 눈시울을 붉힌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표정이 지속된다.  

 

단조롭고 심심할 것 같았지만, 전혀 달랐다. 말이 없는 히라야마의 알 수 없는 표정을 하나하나 보면서, 의미를 파악해 보려고 더 집중했었다. 찾아온 조카와 데리러 온 히라야마의 여동생의 대화에 비춰보면 아버지와는 사이가 안 좋은 듯했고, 밤마다 꿈인지 생각인지 모를 흑백 장면으로 표현한 영상을 보면, 그의 내면의 복잡한 감정들을 쌓여있는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