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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지만 미련이 남은 료타는 재결합을 하고 싶어 한다. 아들 싱고를 한 달에 한번 만나고 있지만, 양육비도 제 때에 못주고 있는 형편이다. 한때는 상까지 받은 잘 나가는 소설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소설의 소재 취재 차원에서 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한다. 돈이 생기면 복권을 사고 경륜을 즐긴다. 나는 료타와 쿄코가 재결합하기를 바라며 영화를 봤다. 잔잔한 가족 드라마다.

 

태풍이 지나가고 영화 (료타, 미끄럼틀, 태풍)
태풍이 지나가고 영화 (료타, 미끄럼틀, 태풍)

 

료타

료타는 이혼은 했지만 아들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 한 달에 한 번은 만나고 있지만, 양육비가 밀려 있다. 어머니의 집에 찾아와서 어머니의 쌈짓돈을 뒤진다. 결국은 못 찾고 어머니가 얼려놓은 아이스를 먹고 옛날이야기를 하며 본인은 대기만성형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너무 오래 걸리면 본인이 귀신이 된다'라고 한다. 유쾌한 어머니이다. 그리고 연금을 받으니 괜찮다고 하지만 용돈을 드린다.

 

현재의 직업은 탐정사무소 직원. 불륜 현장을 찍고 뒷조사를 하는 일이 많다. 그 과정에서 의뢰인의 상대방에게 정보를 팔기도 한다. 돈이 생기면 경륜장에 간다. 

 

사람 좋아 보이는, 한 때는 잘 나갔던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사뭇 다른,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 료타의 상황. 나는 왠지 공감이 된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것도 차이가 있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공감한다. 나도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을 살고 있기에 많이 공감이 갔다.

 

누군가에게는 나이 든 엄마의 쌈짓돈을 뒤지는 아들의 모습이 찌질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이다. 같이 살면서 아들을 챙기지 않는 아버지도 있으니 그것보다는 괜찮은 것 아닌가.

 

 

미끄럼틀

아들과 만나는 날, 손주룰 보여주러 어머니 집에 온다. 아들을 데리러 온 쿄코. 아침부터 뉴스에 태풍이 온다더니 벌써 태풍이 심해지고 있다. 어머니가 준비해 놓은 카레를 먹고 집에 돌아가려 하자 어머니 요시코는 태풍이 심하니 자고 가라고 한다. 그렇게 료타, 쿄코, 싱고는 오랜만에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쿄코와 재결합을 바라지만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는 료타는 이 시간을 통해 본인의 마음도 은근슬쩍, 그리고 쿄코의 마음도 알게 된다. 료타와 싱고가 나가고, 요시코는 확실하게 물어본다. '너희들 잘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냐'라고, 쿄코는 확실하게 아니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좋았던 것 같다. 요시코는 속상해서 인지, 아들이 불쌍해서 인지 눈물을 흘린다.

 

료타는 잠이 오지 않는다. 싱고는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다. 둘은 빗속에 과자를 챙겨서 공원 미끄럼틀로 향한다. 아들에게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묻자 공무원이란다. 아버지는 무엇이 되고 싶었냐고 하자 료타는 아직 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어서 쿄코가 찾아오고 미끄럼틀 안에서 원래 가족이 세 명이 마음속 대화를 나눈다.

 

아침이 되니 어제의 태풍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날이 화창하다. 다 같이 아침을 먹고 어머니가 꺼내준 새 셔츠를 입고 쿄코와 아들을 배웅한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지 오늘과 같은 날을 대비해서 아들의 새 셔츠를 준비해 둔 것인지 모르겠다. 어머니 요시코의 마음이 전해져서 나의 마음이 뭉클했다.

 

 

태풍

사람의 삶도 날씨와 비슷한 것 같다. 화창하고 좋은 날도 있지만 태풍이 몰려오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법은 태풍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오지만 누군가는 잘 대처해 나가고 누군가는 그대로 무너져 버린다.

 

그렇다고 태풍 탓만 하고 있을 수 없고, 내가 한번 대비를 잘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다. 인생은 길다. 누구의 방법이 옳았는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대기만성형 료타도 아직은 미래를 알 수 없다. 료타 자신이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목표는 이루어질 것이다.

 

전당포에 갔다가 료타의 아버지가 예전에 맡겨놓은 자기의 첫 소설책을 봤다. 나중에 비싸질 것이라며 이 것을 맡겨놓았다고 한다. 료타의 아버지에게도 료타의 소설이 자랑이었나 보다. 아마도 료타는 소설을 다시 쓰지 않을까? 

 

현실이 맘대로 안되니, 복권을 사고 경륜을 하는 것 같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들 싱고에게 사준 복권은 료타식으로 희망을 선물한 것이다. 지금으로선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싱고와 할머니의 대화에서 복권이 맞으면 큰 집을 사서 엄마, 아빠와 할머니까지 같이 살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었다. 마음 아픈 장면이다.

 

하지만 난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할머니 요시코의 유머 감각도 좋았고 료타도 본인의 고뇌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서인지, 잔잔하고 기분 좋게 본 가족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