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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가게에서 일하는 치히로. 예전에 했던 직업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하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쾌하게 일하고 있다. 본인이 누군가의 편견에 힘들 수 있는 상황이지만,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예쁜 사람으로 살고 있다. 주변의 노숙자 아저씨, 학교에서 겉도는 여고생 오카지, 방치된 것 같아 보이는 초등생 마코토의 마음을 살펴주는 괜찮은 어른 치히로의 이야기다.

치히로
치히로는 본명이 아니다. 치히로가 만난 첫 번째 어른의 이름이 치히로였다. '치히로는 같은 별에서 왔다'는 표현을 쓰는데, 자기의 내면을 조용히 알아봐 주는 사람이 같은 별에서 온 사람이다. 나중에 도시락 가게에서 만난 타에가 치히로의 두 번째 어른이다.
치히로의 가족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남동생의 전화를 받고 장례식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어머니와의 불화를 엿볼 수 있다.
치히로는 마사지샵에서 일을 했었다. 지금은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데, 모두가 치히로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본인이 밝힌 것인지 같은 동네라서 알려진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하며 모두와 잘 지낸다.
치히로에게는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것이 잘 보이는 거 같다. 자주 마주치는 노숙자 아저씨, 몰래 치히로의 사진을 찍는 여학생, 동네 꼬마 마코토. 도시락이 있다며 노숙자 아저씨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옆에서 이야기를 하고 아저씨 도시락의 매실을 집어 먹는다. 느닷없이 목욕을 하지 않겠느냐며 집에 데려와 목욕을 시켜준다.
이 장면에서는 좀 놀랐다. 나도 노숙자에게 먹을 것을 마련해 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집에 데려와 목욕을 시켜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치히로의 마음 씀씀이가 귀하게 보였다. 그 후로도 아저씨와 도시락을 함께 먹는다.
오카지, 마코토
겉보기에 문제 없어 보이는 부모를 둔 고등학생 여학생 오카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를 싫어한다. 엄마의 음식은 맛있지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날 도시락을 사러 오고, 치히로는 포즈를 취하며 오늘은 안 찍어?라고 묻는다. 몰래 치히로의 사진을 찍어왔던 오카지는 도망간다.
치히로가 발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오카지도 바다에 발을 담근다. 치히로는 오카지에게 보물 지도를 준다. 보물지도를 따라가자, 만화책이 많이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서 벳친을 만난다. 통성명을 하고 보니 같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학교에서 겉도는 오카지는 친구 벳친이 생겨서 좋다.
초등학생 마코토는 앉아있는 의자에 가짜 뱀을 놔두고 치히로를 놀라게 한다. 그렇게 알게 된 마코토에게 도시락을 사주고 친구가 된다. 치히로는 모두를 편견 없이 대한다.
본인의 어린 시절도 상처였던 것 같은데, 이떻게 이렇게 마음이 넓은 어른으로 자랐을까?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의 죽음을 듣고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며 '자기가 어떤 어른이 되어 있는 건가?라는 말에 타에 아줌마는 지금보다 더 멋질 수는 없다며 안아준다. 지금 보다 더 멋질 수는 없다는 타에의 말에 나도 공감이 되었다.
같은 별
처음 만난 같은 별에서 온 사람은, 멜론 비치 클럽의 "치히로"다. 주인공 치히로가 아주 어렸을 때 밤거리에서 자주 만났던 언니. 어린 치히로가 직접 싼 김밥을 먹으며 밤거리에 나와있었던 것을 보니, 어린 치히로도 부모에게 방치된 듯하다. 그런 밤시간에 종종 만나게 되었던 클럽에서 일하는 언니가 어린 치히로를 편견 없이 바라봐 준 어른이다.
이 기억 때문에 마사지샵에서 일할 때, 예명을 '치히로'로 한 것 같다.
두 번째 만난 같은 별에서 온 사람은 치히로가 일하기 전 도시락 가게에서 일했던 아줌마, 타에. 밤늦게까지 열려 있던 도시락 집을 찾아온 치히로, 비가 내리는 날 닭튀김을 서비스로 줬었다. 어쩐 일인지 타에는 눈이 안 보이게 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치히로는 '아야'라는 이름으로 종종 타에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 병문안을 오는 김에 우연히 들렀다는 설정으로 타에를 방문했다. 타에가 자기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타에는 다 알고 있었다. 타에가 퇴원하기 전날 밤, 타에를 데리고 데이트를 한다. 둘 다 한밤중에 선글라스를 끼고 빗속을 운전해 차 안에서 한참을 빗소리를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타에가 비 오는 걸 좋아한다고 했던 말을 치히로는 기억하고 있었다.
타에의 퇴원 파티인지, 건물 옥상에 모두 모여 파티를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치히로는 나온다. 타에는 전화로 떠날 것이냐고 묻는다. 치히로는 떠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얼굴도 이쁘지만, 마음은 더 이쁜 치히로의 새로운 삶을 응원한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였다. 모두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위로가 되어줬던 치히로. 그 과정에서 치히로도 위로받았기를 바란다. 나도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해야겠다는 작지만 힘든 결심을 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