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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봤던 영화인데 어제 다시 보면서 예전에는 놓쳤던 부분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삿포로의 호로마이역 철도원의 이야기이다. 17년 만에 얻은 어린 딸을 잃고 2년 전 아내마저 떠나보냈다. 철도원 오토마츠는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아픔을 견뎌낸다. 교대할 철도원이 없어서 아내의 임종도 지키지 못해서 친한 친구의 아내에게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아버지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감정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영화다.

 

철도원 (호로마이역, 유키코, 관람평)
철도원 (호로마이역, 유키코, 관람평)

호로마이역

20년이 훨씬 넘은 영화인데, 영화의 배경은 더 오래전이다. 1977년에서 1995년의 홋카이도의 철도역 호로마이의 이야기. 호로마이는 한때는 탄광업이 성행했었고 인구도 많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폐광 이후 인구는 줄고 현재의 호로마이역은 패선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2대째 철도원의 일을 하고 있는 오토마츠는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동료이자 친구인 센지는 정년을 앞두고 도시의 호텔에서 일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오토마츠에게도 권하지만 본인은 철도원의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한다. 

 

오토마츠는 17년 만에 얻은 딸을 독감으로 잃었다. 그리고 2년 전 아내도 병으로 잃게 된다. 고지식한 오토마츠는 아내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교대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였다. 어린 딸의 병원에도 아내만 보냈었다. 

 

아내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오토마츠를 센지의 아내가 비난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본인의 마음이 어땠겠는가? 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그의 모습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오토마츠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있다.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고 강직하고 성실하고. 나의 아버지도 비슷했다. 묵묵히 일을 했고 딸과는 대화가 별로 없었다 하지막 나는 아버지의 따뜻함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누구보다 따뜻한 분이었다. 내가 본 오토마츠도 그랬다.

 

유키코

눈 오는 어느 날 어린아이가 인형을 갖고 나타난다. 오토마츠에게 인사를 하고 인형을 두고 사라진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큰 아이가 나타난다. 오토마츠가 준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어느 집 아이인지 물으니 아이는 웃고만 있는데 오토마츠는 가까운 곳에 있는 절의 손녀들이라고 생각한다. 인형을 가지러 왔다더니 결국 그대로 놓고 간다.

 

다음날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딱 봐도 어젯밤에 왔던 아이의 언니이다. 그래서 오토마츠는 맏이냐며, 그 절의 스님의 세 손녀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의 죽은 아내인 요시에랑 닮았다는 말을 한다. 오토카츠가 준 음식을 함께 먹고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그 아이가 전골을 끓여놨다. 남은 재료로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냐며 따뜻한 국물을 마시고 가슴 벅차한다.

 

아이는 오토마츠가 행복한지 물었고, 자기는 딸도 아내도 먼저 보낸 사람인데 모두들 자기를 챙겨준다며 자기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때 마침 근처 절의 스님에게 전화가 오고 손녀 이야기를 한 듯하고, 다시 그 아이를 보며 유키코니? 묻는다. 왜 말하지 않았냐고 하니, 무서워할까 봐서라고 한다. 오토마츠는 자기의 딸을 무서워할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눈물을 흘리고 딸도 눈물을 흘린다. 

 

자기도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유키코는 인형과 함께 사라진다. 그 인형은 오토마츠가 유키코에게 사준 인형이었고 아내는 그것을 함께 묻어줬었다.

 

여기서 나도 함께 울었다. 겉으로는 어쩔 수 없다며 묵묵히 일을 했지만 아이의 마지막도 아내의 마지막도 보지 못한 슬픔, 후회, 이런 감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러 온 것일 것이다. 자기도 잘 있으니 아버지도 행복하라고 온 것일 것이다. 

 

사람이 없는 새하얀 호로마이역에 제설차가 다가오고 역에 쓰러져있는 오토마츠를 발견한다. 이렇게 호로마이역의 폐선과 함께 철도원 오토마츠의 삶도 사라진다.

 

관람평

17년 만에 아이를 갖고 기뻐했던 요시에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아이가 생겨서 기뻐하며 자기에게 잘했다고 말해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잘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동안 아이가 없어서 오토마츠가 자기를 원망했었다며 속마음을 얘기한다. 오토마츠는 아니라고 하다가 안아준다.

 

사람의 일은 참 마음대로 안된다.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안 생기더니 17년 만에 생기고 너무 기뻤는데 금방 데려가 버리고. 오토마츠는 자기도 아버지의 대를 이어 철도원이 되었 듯 자기도 아들을 낳아서 대를 잇고 싶었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철도원이 되었을 때의 오토마츠는 분명 크게 기뻤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호로마이역은 폐선을 앞두고 있다.

 

눈 덮인 호로마이 마을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온통 새하얀 아름다운 그곳에서의 이야기는 슬펐다. 묵묵한 오토마츠가 느끼는 감정들이 나에게도 전해져서 마음이 무거웠다. 

 

인생이 덧없게도 느껴진다. 무력하게도 느껴진다. 그러나 해피엔딩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딸이 있고 아내가 있는 곳에서 다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이렇게 내 멋대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마음 아프지만 괜찮은 영화를 한편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