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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12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다. 몰입감 좋고 내용도 탄탄하고 미야자와 리에의 연기도 끝내줬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파트타임으로 은행에서 일하다가 이쪽 일에 소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방심하는 순간, 마침 불륜 상대가 나타나고 돈이 필요하게 되고 횡령으로 이어지고 도망하는 이야기.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불륜이거나 횡령이 아닐 뿐.

유혹
유혹은 아주 작은 틈을 타고 들어온다. 유혹이 유혹의 얼굴을하고 있거나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누가 유혹에 빠지고 속고 하겠는가? 모든 일은 아주 아주 작은 틈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리카도 처음에는 긴장하고 신중했을 것이다. 친절하고 차분한 리카의 말이 방문한 곳의 고객들에게 먹혔다. 본인이 이쪽으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 이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 본인의 실적이 좋으면 거기에 따른 보상이 있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느 날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고 계산을 하려다가 현금이 부족한 것을 알았다. 한 가지를 빼고 계산하려 했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여기서 잠깐!, '죄송하지만, 한 개만 더 빼주세요', 이랬다면 어땠을까? 모든 일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시작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그랬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영화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리카는 고객의 예금에 손을 댄다. 그땐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가서 은행에 가서 바로 채워넣어야지, 하고 말이다. 실제로 1만 엔을 바로 채워 넣는다. 하지만 모든 일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
하필이면 그 즈음, 고객의 손자의 눈에 들어서, 반복되는 코타의 관심에 반응을 보이게 된다. 대학생이고 한참 연하였지만, 그리고 남편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은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에게 빠져들고 돈이 필요하고 돈은 나이가 한참 많은 리카가 당연하게 내야 했고, 돈은 더 필요하고, 리카는 돈이 많은 것처럼 보이고 싶어 했고 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횡령
처음엔 잠시후 다시 채워 넣어야지 했던 것이 더는 채워 넣을 수 없게 되고, 처음에는 대부분 나이 드신 고객을 방문해서 예금 등을 판매하는 것이니 고객이 깜빡깜빡한다거나 그런 약점을 이용하였지만, 나중에는 아예 은행에 있지도 않은 상품을 만들어서 과감하게 한다.
처음에는 고객의 예금증서 한장을 어떻게든 교묘하게 위조해 보려 했지만, 나중에는 기계를 사서 본격적으로 문서를 위조하고 날인을 위조한다. 보면서 불안 불안했다. 언제 알려질지 몰라서 조마조마했다.
그것은 리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은행에서 일을 했지만, 그 후는 열심히 연애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문서를 위조하고, 시간이 부족해 보이는 바쁜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언제 걸릴지 모르는 불안의 덩어리가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노련한 직원 스미에게 발각되는데, 그때도 본인의 잘못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스미를 탓한다. 자기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친절한 척 하냐는 말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얼마 전에 한 건 정도 알려진 상황에서도 차장의 약점을 잡고 넘기더니, 이제는 거의 밝혀진 상황에서 스미를 탓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고등학생 때의 리카를 보여준다. 카톨릭계의 학교인 듯한데 기부하는 것을 강조했고 태국의 형편 안좋은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기부를 하고 그 어린이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는다. 처음에는 모두 열심히 하지만 나중에는 관심도 줄고 자연스럽게 기부액도 줄었다. 리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리카의 어린시절
어느 날 아버지의 지갑에서 몰래 1만 엔을 훔치려다, 5만 엔을 훔쳐서 다음날 기부통에 몽땅 넣는다. 수녀 선생님은 이제부터 '사랑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누군가가 너무 큰 금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그러자 리카는 손을 높이 들고일어나 왜 안되냐고 이해할 수 없다며, 반 아이들이 안 하게 되어서 내가 대신 냈는데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리카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서 어른이 된 리카가 이렇게 되었구나 싶었다. 기부는 좋은 것, 내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라고 했으니, 나는 반 애들을 대신해서 몽땅 내야겠다, 그걸 위해서 아버지의 지갑의 돈을 훔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이런 논리가 오늘의 리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리카는 중산층 정도의 삶을 사는 듯 보였다. 남편도 잘 나가는 직장인이고 리카가 일을 안 해도 문제없는 형편, 부부 사이도 크게 문제없어 보이고. 남편이 리카를 배려하지 않고 무심하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리카가 한 모든 행동이 납득될 수는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그것이 드러났을 때의 리카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러나 도망에 성공한 듯 보이는 리카는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것 같다. 모든 것이 가짜였다고, 처음부터 모든 것이 가짜였다고 말했던 리카는 이제라도 진짜를 살게 될 것 같다.
이 영화를 '잘못을 했으니까 벌을 받아야 해'라고 본다면 이상한 결론이겠지만, 리카의 입장에서 보면 하고 싶은 것을 많이 경험했으니, 그리고 멀리 도망하여 자유로워졌으니, 이제는 비로소 리카스럽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몰입감 좋은 괜찮은 영화를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