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무심코 보게 된 '정체'라는 영화. 익숙한 듯한 내용이다. 억울하게 갇혀있는 사형수, 자기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세상으로 뛰쳐나온다. 그곳에는 분명 나를 믿어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1년 넘게 탈주 생활을 하며 여러 직업과 여러 신분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친구도 생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다시 잡히지만 밖에서 알게 된 사람들의 도움과 처음부터 잘못된 수사를 했던 형사의 양심고백으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체 영화 (탈옥, 살인자, 휴먼 드라마)
정체 영화 (탈옥, 살인자, 휴먼 드라마)

 

탈옥

카부라기의 상황은 너무 억울하지만 이 영화는 억울함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탈주 중 만나게 된 좋은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처음에는 호감을 가졌다가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탈옥한 살인자임을 알고는 당황한다. 그래도 그와 함께 일하며 보낸 그 모습으로 평가해 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카부라기는 도망 다니며 여러 직업을 갖게 되고 변장을 한다. 두꺼운 안경을 끼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공사장에서 일하고 짙은 눈썹과 깔끔한 모습으로 도쿄에서 작가의 일을 하기도 하고 수산물 박스 옮기는 일도 하고 나중에 나고야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한다. 이것은 무작정 하게 된 일자리가 아니었다. 살인의 증인이었던 아주머니의 행방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공사장에서 처음 만나게 된 사람은 '카즈야'이다. 그곳에서 카부라기의 이름은 '벤조'였다. 카즈야가 일하던 중 부상을 입게 되고 국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회사 측에서는 해주려 하지 않자 카부라기는 다시 한번 찾아가 법조항을 얘기하며 약간의 돈을 받아준다. 그렇게 둘은 친해지게 되는데 TV뉴스를 보고 카즈야는 신고를 하고 카부라기는 도망한다.

 

도쿄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야카'를 알게 되고 그녀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 오는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전에도 인터넷 카페에서 자는 듯한 모습을 본적이 있는터라 당분간 같이 지내게 된다. 이곳에서의 이름은 '나스'이다.

 

밤마다 악몽을 꾸는 나스를 보게 되고 뉴스에서 카부라기의 현상금은 올라가고 사야카는 눈치를 채지만 사야카의 눈에는 나스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즈음 사야카의 아버지도 억울한 상황으로 재판에서 패소한 상태였고, 세상이 진실을 알아주지 않음에 아파하고 있던 때였다.

 

살인자

영화에서는 사야카의 도움으로 잠깐이나마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의 깔끔한 집에서 얼마동안은 편하게 일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한다. 어려서 보육원에서 자랐던 카부라기는 보육원 동생들을 위해 자주 음식을 만들어주었었다. 그래서 음식 솜씨가 있는 편이었다. 사야카와 먹을 함박스테이크의 패티를 만들던 모습이 편안하고 좋아 보였었다.

 

사야카의 아버지의 재판 관련, 꾸준히 괴롭히던 기자가 있었는데 그 기자에게 카부라기와의 동거를 들키고 만다. 이내 경찰이 찾아오고 잠시 따돌린 듯했으나 다시 경찰이 들이닥친다. 카부라기는 칼을 들고 방어하려 하였고 형사 마타누키는 총을 들고 있었다. 사야카의 방해로 카부라기는 다시 도망에 성공한다.

 

이제는 나고야의 한 병원에서 요양보호사를 한다. 이곳은 살인의 증인이었던 아주머니가 입원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이름은 '사쿠라이'이다. 사쿠라이는 아주머니도 정성껏 돌보면서 아주머니에게 살인자를 기억해 달라고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당시부터 공포에 질려있어서 인지 기억해 내지 못한다. 다만, 아주머니도 밤마다 악몽을 꾸고 가끔 발작을 한다.

 

그곳에서 사쿠라이의 후배 요양보호사 '마이'는 사쿠라이를 좋아하고 있었고, 몰래 찍은 사쿠라이의 얼굴이 SNS에 올라가게 되면서 다시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사쿠라이는 마이에게 부탁해서 인질이 되어달라고 하고, 또 영상을 라이브로 찍어줄 것을 부탁하고 아주머니와의 대화한다. 아주머니는 시원하게 기억해내지는 못하지만 '나 때문에 네가 힘들었구나, 나 때문에...' 하면서 같이 운다.

 

결국 경찰이 병원에 들어오고 잡히고 만다. 잡히기 조금 전에 마이를 인질로 잡고 한 말이 있었다. 이것은 형사 마타누키를 향한 말이었다. '당신은 범인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 사건의 얼마 전에 동일범의 범죄로 보이는 범죄가 발생했고 그 범인은 잡힌 상태였다.

 

세상은 그가 카부라기를 모방했다고 떠들지만, 이것은 오히려 카부라기가 범인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상사의 지시로 강압적으로 빠르게 처리해 버린 것이 마타누키는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이제 와서 번복하기에는 전체 경찰이 입을 피해가 컸다.

 

휴먼 드라마

카부라기는 다시 잡혔지만,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구호활동과 형사 마타누키의 양심선언으로 재수사를 할 수 있게 되고 다시 열린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듣게 된다. 

 

소재는 평범하지만 도망이나 범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그래도 세상은 믿고 함께 할 만하구나 하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이다.

 

카부라기는 당시는 18살, 현재도 20살 정도의 나이인데, 힘든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본인의 무죄를 주장하고 노력했다는 것에 너무 칭찬해주고 싶다.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준 카부라기가 고맙다. 그래서 자유를 찾게 되어 너무 기쁘다. 그리고 살인자라는 낙인이 있는데도 끝까지 믿어주고 함께해 준 카즈야, 사야카, 마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우리가 모두 이런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워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나부터라도 카부라기 같은 사람에게 카즈야 같은 사야카 같은 마이 같은 친구가 되어줘야겠다.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야겠다. 나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면서 겪는 좌절의 순간에도 이렇게 노력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못해낼 일이 없을 것이다. 몇 년간의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앞으로의 카부라기는 더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을 도우며 사람을 믿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평범한 상황에서도 힘든 일이다. 카부라기에게 무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