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같은 제목의 영화가 몇 편인가 있다. 나는 일본 영화 '마더'를 선택했다. 이 영화는 엄마와 아들이라는 혈연관계가 얼마나 아들을 옥죄고 서서히 파괴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살인자로 만들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천천히 보여준다. 이것이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일본 영화 마더 2020 (방치, 가스라이팅, 공의존)
일본 영화 마더 2020 (방치, 가스라이팅, 공의존)

 

같이 있으면서 방치된 아이

엄마 아키코는 아들 슈헤이를 시켜 돈을 빌려오게 한다. 주위 사람들은 아키코에게 질릴 만큼 질렸다. 아키코의 부모는 더 이상 돈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여동생은 아키코의 따귀를 때리고 연을 끊자고 한다.

 

돈이 생기면 아키코는 파친코에 간다. 파친코에서 남자 료를 만나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시청 공무원 우지타에게 슈헤이를 맡기고 료와 떠나버린다. 우지타의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지만, 우지타는 먹을 것만 사두고 전기와 수도 가 끊긴 집에 그대로 남겨둔다. 슈헤이는 마른 라면을 씹어먹으며 어두운 곳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엄마라도 있는 게 더 나은 걸까? 

 

료와 함게 돌아온 아키코는 그래도 생활 보조금을 받게 도와준 우지타에게 누명을 씌운다. 슈헤이에게도 나쁜 짓을 했다고 말하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료는 우지타를 칼로 찌르게 되고 도망친다. 새로운 곳 목욕탕에서 일하는 료, 아키코는 엄마와의 통화에서 우지타가 죽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료는 일하던 목욕탕에서 돈을 훔쳐 셋은 다시 도망친다. 

 

아키코는 슈헤이를 친부에게 돈을 구걸하러 보내고, 친부는 같이 살자고 하지만 슈헤이는 엄마랑 살겠다고 한다. 생활 보조금도 받고 있고 슈헤이의 친부에게 양육비도 매달 받고 있는데, 파친코로 탕진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을 텐데,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니고 그것도 아들에게 시키고 있으니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친부와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던데, 아키코의 부모는 너무 좋아 보인다. 아키코의 어머니도 그렇게 말한다 저렇게 키우지 않았다고. 부모는 좋은 분인 것 같은데 아키코는 어쩌다 이런 삶을 살게 된 걸까 다시 또 돈을 꾸러 슈헤이를 보낸 자리에서 오열하는 아키코의 어머니. 그 순간은 나도 아키코의 어머니의 마음으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가스라이팅, 엄마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아키코는 료의 아이를 임신하고 료는 자기 아이인지 어떻게 아냐며 지우라며 떠나버린다. 5년후 슈헤이와 여동생 후유카, 엄마 아키코는 노숙을 한다. 복지사 아야가 찾아와 그들이 살 곳을 마련해 주고 슈헤이는 처음으로 대안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료가 나타난다.

 

복지사 아야는 슈헤이와 후유카를 위해 책을 많이 갖다주는데, 그걸 본 아키코는 다 밖으로 던져 버린다. 슈헤이는 갈등한다. 료는 또다시 사채업자를 피해 모두 도망하려는데, '나, 안 가도 돼?, 여기 있으면 안 돼요?' 학교에 가고 싶다는 슈헤이. 그동안 본 슈헤이의 모습은 무표정으로 아키코가 시키는 일을 묵묵히 했었다.

 

처음으로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순간이다. 너무 뿌듯했다. 조금은 발전한 슈헤이의 모습에 기뻤다. 그러나 아키코는, 아야는 너를 싫어한다고 냄새다고 했다며 거짓말을 한다.

 

넷이 함께 도망쳤으면서 료는 또 가족에게 피해가 가면 안된다는 변명으로 떠나버린다. 다시 버려진 아키코. 슈헤이는 공장에서 일을 한다. 사장은 먹을 것을 챙겨주는 좋은 분이다. 가불을 해달라는 슈헤이에게 더는 안된다고 한다. 아키코는 가불을 해오지 못한 슈헤이를 비난하고 휴유카와 떠나버리겠다고 한다.

 

슈헤이는 돈을 훔치러 가고 사장한테 들키고 만다. 엄마라면 아이들을 위해서 일하라고 소리치는 사장님. 밥도 해먹이고 스므살이 될 때까지 보살피라는 그 말에 너무 시원하고 눈물이 났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사장님의 입으로 들으니 묵은 체증이 내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순간 너무 멋있는 어른의 모습을 봤다.

 

마츠우라 사장은 집으로 불러 함께 식사를 하고 아키코에게 일자리도 마련해 준다. 그런데 또 다시 도와달라는 료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슈헤이를 시켜 금고의 돈을 훔쳐 도망친다. 그러나 또 돈은 떨어지고 배는 고프고 결국엔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돈을 차지하기로 계획한다. 그렇게 슈헤이는 조부모를 살인하고 그날 밤은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셋이 잠을 잔다.

 

 

공의존, 지금도 엄마를 사랑해

 

아키코와 슈헤이같은 관계를 공의존이라고 한다. 공의존이란 어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기 파괴적 행동, 즉 충동 혹은 탐닉, 정신 건강 약화, 미성숙, 무책임, 성취 저하 등을 조장하는 불균형 관계를 말한다.

 

슈헤이 징역 12년, 아키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찾아간 아야에게 슈헤이는 밖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는 밥도 먹을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다고. 그리고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었다고, 엄마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다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복지사 아야는 아키코에게 슈헤이의 말을 전한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던 아키코의 얼굴. 이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조금만 아이에게 신경을 써주면 좋을 텐데,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일자리를 구하면 좋을 텐데, 마지막으로 슈헤이가 일했던 공장의 사장님과 잘해보면 어떨까? 나 혼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아키코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말했듯이 자기의 아이라고 한다. 자기의 아이니까 자기 맘대로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이것이 맞는 말인가? 아니다. 아이는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다. 독립된 인격체다. 본인이 낳았다고 해서 본인 맘대로 휘둘러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아키코를 단순히 미성숙한 사람으로 볼 것인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아이에겐 제대로 된 부모가, 엄마가 필요했다. 아키코는 그 필요를 채워줄 수 없었다. 소유욕만 있었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랐었고, 본인이 자초했을 수 있지만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나는 아키코를 마냥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그리 만만하지가 않으므로.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어렸던 아들이 17세 청년이 되도록 함부로 휘둘렀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 12년을 더 갇힌 곳에서 살게 만든 사람이 본인이라는 것을 아키코가 알았으면 좋겠다.

 

슈헤이도 지금은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아마도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객관적 상황 판단이 될 것이라고 본다.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엄마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어제 본 영화에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