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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앙 즉 팥소를 통해서 바라본 인생이야기다. 토쿠에는 도라야키의 생명은 앙이라고 한다. 도라야키를 엄청 좋아하는 내 생각도 같다. 팥소가 맛있어야 빵이 맛있다. 그래서 앙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며 토쿠에를 알게 되고 소문과 세상의 편견에서 토쿠에를 지켜주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센타로도 치유받게 된다.

도라야키, 한센병
영화의 장면들이 아릅다웠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의 작고 예쁜 도라야키 가게. 중년 남성이 도라야키를 굽고 있다. 센타로는 단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도라야키 가게를 하고 있다. 어느날 76세의 토쿠에가 찾아오고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한다. 처음엔 거절했으나 만들어온 팥소 맛을 본 후 채용을 결심한다. 업소용 팥소를 사용해 왔었는데 토쿠에의 팥소는 전혀 다른 맛과 향이다.
팥소를 직접 만드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천천히 오래 삶아서 맑은 물이 나올 때 까지 씻어서 설탕을 넣어두고 친해지는 시간을 갖게 한 후 저어주고, 저을 때도 주걱을 세워서 살살 조심조심 저어야 한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서 만든 팥소는 시판 팥소의 맛과는 전혀 다르다.
점점 입소문이 나고 11시 가게 오픈에 맞춰 줄을 서서 기다린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토쿠에는 단 냄새에 이끌려오다가 센타로의 슬픈 눈을 보고, 오래전 자신의 모습과 닮아서 이 가게에 일하게 된 것이었다. 기분 좋은 시간들이 지나고 집주인은 토쿠에가 한센병이라고 그만두게 하라고 한다. 지금은 다 나았다고 말해보지만.
결국 센타로는 집주인의 말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토쿠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센타로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와카나는 토쿠에 할머니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한센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격리소다. 1996년 전까지는 강제 격리를 시켰다고 한다. 센타로는 토쿠에를 지켜주지 못했음에 자책한다.
와카나 나이에 격리소에 들어옴
토쿠에는 오빠가 이곳에 데려다 주고 갔고 엄마는 밤새 블라우스를 만들어 줬다는 과거 얘기를 두 사람에게 들려준다. 센타로의 마음을 알고 괜찮다고 다독이고 센타로는 눈시울을 붉힌다.
토쿠에는 어린 나이부터 격리소에서 살게 되었는데도 성격이 뒤틀리지 않고 이렇게 아름다운 어른이 되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세상을 원망하고 사회를 저주하지 않았을까? 영화 처음 부분에서 나이도 많고 손에 장애도 있는 분이 왜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할까? 하며 섣부른 판단을 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센타로는 술집에서 싸움을 말리다 한 사람을 심하게 다치게 하고 감옥에 갔었다. 그 곳에 어머니가 몇 번 면회를 왔었지만 출소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만다. 센타로의 슬픈 눈을 알아본 토쿠에의 눈은 정확했다. 격리소에 들어올 때의 본인의 눈과 닮아 있었다고.
토쿠에는 말한다. 특별한 그 무엇이 되지않아도 된다고. 세상에 온 것은 각자 의미가 있다고. 우리는 세상에서 아등바등하며 특별한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토쿠에의 말처럼 우리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소문, 세상의 편견
한센병 환자를 예전에는 강제 격리를 했지만, 그때도 전염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기에 흉하고 불편하니 한곳에 집단 수용한 것이 아닐까? 이것 또한 사람들의 편견이 아니었을까? 토쿠에의 한센병이 나았다고 하는데도 소문을 내고 도라야키 가게에서 일할 수 없게 한다. 줄 서서 도라야키를 사던 손님들도 뚝 끊겼다.
예전에 토쿠에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까? 세상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도 지금 본인에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누군가를 신나게 비판한다. 그게 익명이라면 더하다. 세상은 원래 그런거야 하며 위로해 보지만, 정말 세상은 그런 곳일까? 세상이 서로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보듬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커다란 소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남의 말을 함부로 옮기지 말아야 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본다.
영화 장면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벚꽃길, 은행나무길, 바람소리, 새소리, 재잘되던 학생들 소리. 촬영 장소가 도쿄의 외곽, 히가시무라야마시 라고 한다. 꼭 가보고 싶다. 여름은 많이 더우니 가을쯤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