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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영화다. 제목에서 우울함이 느껴진다. 취직했던 곳에서 야근에 잔업에 힘들고 매번 잔소리만 듣는 상황에서 벗어나서, 현재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이즈카(카라타 에리카)'라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이다. 편의점에 손님으로 온 중학교 동창 오오토모를 만나게 되고 같이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며 서서히 자신을 찾아간다.

편의점
조용한 듯 무력하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이즈카. 점장이 수요일 야간 근무 좀 대신해 달라고 하면 항상 알았다고 하는 이이즈카. 친구가 없는 것 같고 조금 무력한 듯도 보인다. 집의 커튼은 레일이 부서졌다. 집주인에게 전화해 보지만, 직접 레일을 사 온다.
담배 이름을 몰라 어리바리하고 있다가 손님에게 큰소리를 듣기도 하고 그냥 일을 한다. 어느 날 편의점 손님으로 온 오오토모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연락을 하게 되고, 같이 볼링을 치고 술도 마시며 친해진다.
오오토모의 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함께 잔 그날은 오랜만에 푹 잤다. 오오토모는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음식 솜씨가 있는 것 같다.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편의점에서 같이 일하는 몇 살 어린 대학생 모리구치와도 친해졌다. 편의점 앞에서 시비가 붙을 뻔한 상황을 어쩌다 보니 이이즈카가 도와주게 되었었다.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아야노는 '매일 아침 눈을 떠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기특하다'라고 말한다. 자존감이 높은 거 같다. 인기도 많은 것 같은데 당당한 아야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 눈에는 현재의 이이즈카는 약간 움츠러들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야노의 당당함을 배워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리에서
영화 첫 장면의 다리 위에서 "나 하나 없다고 해도, 세상은 잘 돌아갈 거다"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편의점의 일상이 계속된다. 보통은 우울할 때 하게 되는 말이기도 한데, 이 영화는 호들갑 떨며 우울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우울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가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첫 직장에서 본인을 인정받지 못하고 큰소리만 듣다 보니 자신감을 잃게 된 정도일 수 있다.
친구 오오토모의 집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다가 이이즈카는 첫 직장 이야기를 하면서 운다. 첫 직장이니 충격이 컸을 것이다. 야근과 잔업도 힘들었지만 매번 큰소리로 지적을 당하다 보니, 남들은 잘하고 있는데 자기만 못하는 것 같아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친구는 가만히 안아준다.
생각해 보면 힘들 때, 많은 말이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 게 아니다.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친구 한 명이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필요할 때 아무도 남아있지 않거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알아봐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작은 행동이, 말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처음 등장한 그 다리 위에서 이이즈카는 엄마에게 전화한다. 엄마가 알고 있는 그 광고 회사를 6개월 전에 그만두었다고, 말 못 해서 미안하다고. 어머니는 말한다, 큰일인 줄 알았다고 그런 건 별거 아니라고.
본인 마음에서 해결되지 않아서 부모에게 말을 못 했었나 보다. 겨우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해서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이이즈카가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이즈카는 영화 시작 부분에서 그 부서진 커튼 레일을 마지막 부분에 잘 설치하고 한결 편해진 얼굴로 방에 눕는다.
친구
큰 사건이 없어서 심심할 수 있는 영화다. 주연인 이이즈카(카라타 에리카)가 예쁘고 연기를 잘해서 볼만했지만, 내용은 평범하고 심심했다. 집과 편의점을 오가는 내용, 중학교 친구를 만나게 된 것 외에는 별다른 스토리가 없다.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모리구치와 연애관계가 생기려나 기대도 했지만, 마지막에 여지만 남겨두었을 뿐 아무런 사건이 없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심심한 영화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누군가 이이즈카의 집을 찾는데, 아마도 오오토모일 것이다. 이렇게 오가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한결 나아진다.
나는 누군가에게 한 명의 친구가 되어준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 힘들 때 찾을 수 있는 그 한 명의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친구의 가장 힘들었던 모습을 알지 못한다. 그냥 적당히 친구로 지냈던 것 같다.
나도 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않았고 친구도 나에게 힘든 상황을 말하지 않은 것 같다. 갑자기 쓸쓸한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껏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가? 그리고 다른 친구도 한 명 떠오른다. 그 당시 그 친구에게 내가 필요했던 듯한데 어쩌면 그것이 내게 손을 내민 것이었을 텐데, 내가 힘든 상황이어서 무심하게 대했었다. 갑자기 나를 돌아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