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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오늘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봤다. 일본의 유명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이어서 무심코 선택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작품이 너무 좋았는데, 오늘 말고 나중에 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마음이 무겁다. 조금 오버하면 안타까움에 견디기 힘들 정도다. 마음이 무너진다.

 

아무도 모른다 (방치, 안타까움, 무관심)
아무도 모른다 (방치, 안타까움, 무관심)

 

방치, 얼굴을 지프리고 본 영화

아이를 캐리어에 넣고 이사를 올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엄마와 네 남매. 큰 아들 아키라가 왜 이리 캐리어를 조심조심 다룰까 생각했었다. 아이들이 많으면 집주인이 싫어하니까 그랬을 것이다.

 

이 집엔 규칙이 있다. 큰소리를 내도 안되고 외출을 해도 안된다. 유일하게 외출이 허락된 아키라. 아키라는 장을 보고 식사 준비를 한다. 둘째이자 아키라와 한 살 차이인 쿄코는 세탁을 담당한다. 아이들은 각자의 역할이 있는 듯했고 그것에 익숙한 듯했다. 엄마 케이코는 항상 늦게 돌아온다. 이유는 일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엄마는 학교에 가도 재미없다고, 그리고 아빠가 없으면 왕따를 당한다고 말한다. 엄마 혼자서 네 남매를 키워야 하니 형편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라는 엄마의 눈물을 봤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는 생선초밥을 사 왔다. 엄마는 12살인 큰아들 아키라에게 남자친구가 생겼고 잘 되면 너희들이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는 얼마의 돈과 편지를 두고 돌아오지 않는다. 6개월쯤 후 장난감을 사 와서 나눠주고 크리스마스에 오겠다고 약속하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안타까움, 오늘 말고 나중에 볼걸 

엄마가 주고 간 돈으로 공과금을 내고 남은 돈도 떨어져 간다. 엄마 직장에 전화해 보지만 지난달에 퇴사했단다. 아키라는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엄마의 전 남자친구들을 찾아간다. 얼마동안을 더 버텼다. 이제는 전기도 수도도 다 끊겼다. 공원의 수돗물을 마시고 날씨가 좋으면 거기서 빨래도 한다. 편의점에서 폐기 음식을 받아와서 끼니를 해결한다.

 

아키라는 얼마 전, 편의점 누나에게 돈을 빌려 동생들에게 엄마가 보냈다며 용돈을 나눠준다. 여기서 나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키라도 아직 보호받아야 하는 12살 나이인데 가장 노릇을 하며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들에게 용돈을 나눠준 것이다. 쿄코는 돈을 모아서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하고, 아키라는 야구 글로브를 사고 싶어 한다.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들의 옆집에 살았더라면, 아님 내가 3층의 주인집 아주머니였다면, 아님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하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누구 하나 투정 부리거나 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 시간들을 견뎌낸다.

 

배고픔에 종이를 질겅질겅 씹어대던 시게루. 급기야 사고로 죽고 마는 막내 유키. 엄마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해 보지만 엄마의 목소리는 맞는데, 재혼한 듯 성이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결국 말을 못 하고 전화를 끊는다.

 

무관심이 남긴 것

조금만 신경 써 줬더라면 주위 사람 모두가 조금만 신경 써 줬더라면. 시게루가 종이를 씹지 않아도 됐을 텐데. 최소한 배는 곯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 마음이 아프다.

 

물론 경찰서나 복지시설에 연락을 했더라면 끼니는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 남매가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그래서 끝까지 견디며 지낸다. 막내 유키를 보내던 날엔 유키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보내게 된 아키라는 비행기가 잘 보이는 곳에 묻어준다.

 

길거리에서 알게 된 사키와 유키를 묻고 돌아오는 전철 속 장면. 이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 멍하니 앉아있던 아키라와 사키. 나도 이 장면에서 한동안 멍하니 멈춰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 줄 몰랐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여운이 길게 남고 마음이 아파서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고 하니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렇게 오래 아이들이 어른들 없이 방치되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은 무엇을 했나? 정말 몰랐던 것일까?

 

나라면 안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섣부르게 장담할 일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주위에서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기에 쉽게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안타까움에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된다. 

 

피아노를 배우려고 모아둔 돈을 쿄코가 아키라에게 내어주고, 네 남매는 눈빛을 반짝이며 네 명 모두 함께 외출을 한다. 먹고 싶은 과자를 잔뜩 산다. 신나서 달려 오르던 그 계단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외출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삶을 생각하니 다시 또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네 남매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해 본다. 

 

누군가는 엄마 케이코를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엄마 케이코가 참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방치는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 사회의 문제이고 무관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을 봤다.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내 주변부터 살피고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