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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전형적인 범인 추적물을 기대했다가 전혀 다른 종류의 불쾌함에 사로잡혔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의 문》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소설이 아닙니다. 한 인간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그것도 아주 천천히 지켜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영화를 보고,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살인의 문 (원작분석, 영화캐스팅, 살의심리)
살인의 문 (원작분석, 영화캐스팅, 살의심리)


원작 분석 

이 영화의 핵심 질문은 "누가 죽였는가"가 아닙니다. "사람은 언제부터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지는가"입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주인공 다지마 가즈유키는 치과의사 아버지를 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랍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집안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알고 보면 그 출발점에 구라모치 오사무가 있습니다. 구라모치가 "주인공의 어머니가 할머니 밥에 약을 타서 죽였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 모든 비극의 씨앗입니다. 치과의사 아버지의 병원은 내리막을 걷고, 아버지는 술집 여자 시마코에게 빠져 재산을 탕진하다 손까지 다쳐 의사 일도 못 하게 됩니다. 부모는 이혼하고, 다지마는 전학 가서 이지메까지 당합니다.

여기서 이 소설의 구조적 특징을 짚고 싶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누적 가해(cumulative abuse) 서사입니다. 누적 가해란 단 한 번의 결정적인 사건이 아니라, 작은 악의들이 반복·축적되어 피해자를 서서히 파괴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구라모치는 다지마를 직접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습니다. 소문을 흘리고, 다단계에 끌어들이고, 첫사랑을 가로채고, 나중에는 첩이었던 미하루를 "유키코의 친구"로 속여 다지마와 결혼시킵니다. 그 미하루는 사치와 바람으로 다지마의 살림을 박살낸 뒤 이혼하면서 각서까지 받아냅니다.

제가 보면서 가장 무서웠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구라모치는 나쁜 짓만 하지 않습니다. 가끔 다지마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지마가 완전히 관계를 끊지 못합니다. 이 모순이 두 사람의 관계를 30년 가까이 질질 끌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이 구조를 심리학 용어로 간헐적 강화(intermittent reinforcement)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간헐적 강화란 보상과 처벌이 예측 불가능하게 교차될 때 오히려 그 관계에 더 강하게 집착하게 되는 심리 현상입니다. 실험 심리학에서는 슬롯머신이 이 원리로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지마가 구라모치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의지 박약이 아니라, 이 메커니즘에 포획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영화 캐스팅 

원작을 읽고 나서 캐스팅 발표를 봤는데, 솔직히 이건 꽤 영리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마자키 켄토(山﨑賢人)가 구라모치 오사무, 마츠시타 코헤이(松下洸平)가 다지마 가즈유키를 맡습니다. 2027년 2월 19일 개봉, 감독은 가나이 히로시(金井紘)입니다.

야마자키 켄토가 연기하는 구라모치는 이 배우의 기존 이미지와 완전히 반대 방향입니다. 야마자키 켄토는 그동안 밝고 호감형인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구라모치는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사람을 편하게 만들지만, 그 이면에 치밀한 악의를 감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공개된 영상에서 담배를 들고 다지마의 어깨를 감싸며 "우리 친구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한 마디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압축합니다. 제 생각에 이렇게 기존 이미지를 역이용한 캐스팅이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츠시타 코헤이가 맡은 다지마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미워하면서도 끊지 못하고, 도망치려 하면서도 다시 관계 안으로 빨려 드는 인물입니다. 배우 본인도 "왜 자신을 상처 입히는 사람에게서 떠나지 못하는가"라는 의존의 심리를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할의 핵심은 증오와 의존이 동시에 얼굴 위에 공존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인데, 마츠시타 코헤이는 감정의 층위를 세밀하게 쌓아가는 배우라 기대가 됩니다.

이 영화는 원작의 시대적 배경을 2006년 출간 당시 설정에서 현대 일본, 즉 레이와(令和) 시대로 옮겨 재구성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원작에는 없는 형사 캐릭터가 추가됩니다. 에구치 노리코가 연기하는 가도타 가에데 형사가 다지마의 진술을 들으며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입니다. 이것은 서술 신뢰성(narrative reliability) — 즉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 — 을 영화의 새로운 긴장축으로 추가하는 장치입니다. "다지마의 기억은 정말 사실인가"라는 질문이 관객에게 계속 따라붙게 됩니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은 별도의 배우가 맡습니다. 구라모치 어린 시절은 와타나베 도쇼, 다지마 어린 시절은 다카기 하루가 연기합니다. 두 배우 모두 NHK 대하드라마 《베라보~츠타주 에이가노유메바나시~》 출신입니다. 약 30년에 걸친 관계의 출발점을 어린 시절 장면으로 먼저 깔아두는 구성은, 성인 이후 두 사람의 장면에 감정적 무게를 더합니다.

제가 이 캐스팅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두 배우의 이미지 충돌입니다. 야마자키 켄토의 밝은 호감형 외모가 구라모치의 겉모습과 일치하고, 마츠시타 코헤이의 내향적이고 섬세한 이미지가 다지마의 소극적인 성격과 맞아떨어졌습니다.

살인의 문이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과 실제로 해치는 것 사이의 심리적 경계를 가리킵니다. 다지마는 수십 년 동안 그 문 앞까지 반복해서 갔다가 돌아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넘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