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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가 비 오는 날 와락 달려들지만 콘도는 확실하게 밀쳐낸다. 이 부분에서 나는 안심이 되었다. 영화 초반부터 혹시 어설픈 사랑을 하게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던 감정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육상선수인 아키라가 부상으로 꿈을 포기하고, 다시 마음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나에겐 한 편의 청춘드라마로 느껴졌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사랑, 진짜어른, 바닷가달리기)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사랑, 진짜어른, 바닷가달리기)

 

어설픈 사랑을 걱정하며

나는 나이를 먹어서인지 점점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걱정도 많다. 고등학교 육상부인 아키라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 아키라에게 패밀리 레스토랑 '가든'의 점장 콘도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 비록 45세의 아들이 있는 중년 아저씨였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요즘은 나이차가 많은 커플들이 종종 있고, 선입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옳지않은 줄은 아는데, 왠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게 되었다. 물론 아키라는 아직 성인이 아닌 고등학생이기도 하고. 혹시 이 영화가 이런 것들을 다 극복하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로 끝맺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했었다.

 

끝까지 영화를 보니, 나의 우려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는데, 순수하지 않은 어른의 생각으로 괜한 걱정을 했었다. 나의 순수하지 못했음에 약간의 핑계를 대자면, 아키라가 자기 집 침대에 혼자 누워 있는 모습이, 나시와 레이스 사각팬티 차림이, 몸매가 좋아서인지 유난히 섹시하게 보였다. 그래서 혹시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매번 콘도에게 들이대는 아키라의 심리를 전부는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콘도의 어른다운 대처에 마음이 놓였다.

 

 

밀쳐낸 콘도

아키라의 콘도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의 부재로 인함일까 아님 화낼 줄 모를 것 같은 선한, 그리고 조금은 재밌는 콘도의 모습 때문일까 아님 자신이 처한 상황의 힘듦 때문일까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영화에서 아키라가 어느 부분에서 콘도에게 사랑을 느꼈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 점장 콘도에게 불쑥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 비오는 날 비를 맞으며 콘도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콘도는 아키라의 그런 감정을 가볍게 보지도 않고 나쁘게 이용하려 하지도 않는다. 일하는 중에 다치게 되어 집에 데려다주고, 아키라의 강한 요구에 같이 데이트를 하면서도 흐트러진 행동을 하지 않는다.

 

데이트 중 함께 들른 서점에서 아키라는 콘도가 소설가의 꿈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콘도는 아키라가 부상 이후 달리기를 포기한 채 멈춰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서로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비오는 날 아키라가 불쑥 콘도의 집으로 찾아오고, 대화 중 아키라는 와락 달려들지만, 잠깐 멈춘 후에 콘도는 확실하게 밀어낸다. 밀어낸 거리만큼 방안에서의 거리도 멀찍이 떨어져서 얘기한다. 자기는 별 볼 일 없는 중년 아저씨일 뿐이라고. 아키라에게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바닷가 달리기

그 날, 콘도는 친구라는 표현을 썼는데, 내 생각에 이 상황에서 이 표현이 참 좋았다. 연인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친구로서 옆에서 지지해 주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친구로서 아들에게 달리기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바닷가에서 아들과 아키라가 달리기 연습을 하고 콘도는 이 모습을 지켜본다.

 

아키라는 자신의 힘든 상항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잊으려고 했던 듯, 월, 화, 금, 토, 일을 다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하지만, 콘도는 아키라가 자기의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하러 오지 말라고 한다. 아키라도 받아들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아키라가 육상부 주장이자 친한 친구 하루카와 아침에 몸을 풀고 달리는 모습은 벅찬 감동이었다. 드디어 마음의 방황을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힘든 일을 겪지만, 혼자 감당하기 힘들거나 아님 혼자 견디면 오래 걸릴 수 있는 일이 있다. 주변 누군가가 도와주면 쉽게 헤쳐나갈 수 있을 때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키라를 지지해 준다. 특히 후배 미즈키는 자신도 같은 부상을 입었다며 그때 아키라의 달리는 모습을 보며 이겨냈다고 자신의 상처 부분을 보여 주며, 선배 아키라가 돌아오길 바란다.

 

이 또한 감동적이다. 아키라가 없으면 본인이 제일 촉망받는 위치가 되는데 , 일부러 찾아와서 자극하며 도와 주려는 마음이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보기 드문 일 같아서 놀라웠다 그래서 더 감동이었다. 나도 세상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생각을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은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콘도 같은 어른이 있는 한,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