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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만 두렵지 않은 척하는 것이 보여서 첫 장면부터 마음이 아팠다. 어린 17살 남녀가 주인공인데, 그냥 풋풋한 사랑이야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둘 다 시한부여서 처음부터 안타까운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병원 옥상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다.

 

봄이 사라진 세계 (시한부, 불꽃축제, 거베라꽃말)
봄이 사라진 세계 (시한부, 불꽃축제, 거베라꽃말)

 

시한부

병원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남학생이 있다. 휴대폰 화면을 보니 죽는 방법을 검색해 본 것 같다. 주변에서 소리가 났고 다가가니 환자복을 입은 소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소녀는 자기가 6개월 시한부라며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한다. 천국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남학생 아키토는 1년 시한부, 죽음이 너무 무서웠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다.

 

아키토가 하루나의 병실을 찾아간다. 하루나는 입원 중이고 아키토는 통원치료를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둘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17살, 이름도 하루나는 봄에 태어나서 하루나이고, 아키토는 가을에 태어나서 아키토다. 둘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키토는 또 찾아오겠다고 하고 하루나는 병문안을 허락한다며 선물을 사 오라고 한다. 꽃집을 들러 거베라 꽃을 5송이 산다. 둘이는 그림도 보고 이야기도 하며 친해진다. 아키토는 죽음을 생각하던 상황에서 이젠 하루나를 위해서 시간을 쓰겠다고 결심한다. 아키토는 매주 하루나의 병실을 찾았는데 앞으로 매일 오겠다고 한다.

 

나는, 두 사람은 아직 어린데, 평범하게 풋풋한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는 나이인데, 병과 싸워야 하는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냥 아무 고민 없이 부모님의 보호 아래 학교 다니고 친구 만나고 할 좋은 시기인데, 자기의 병을 알고 얼마나 힘든 시간을 홀로 보내고 있을까? 마음이 미어졌다. 그래도 비슷한 처지의 두 사람이 만나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혼자 겪는 것보다는 둘이 나을 것 같다.

 

 

불꽃 축제

하루나가 작년에 병실에서 불꽃 축제를 봤었다고 하자, 아키토는 이번에는 같이 가자고 한다. 그리고 손바닥에 날짜를 적어준다. 아키토는 학교 친구 에리, 쇼타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 갑자기 심장발작이 와서 쓰러지고 며칠이 지난다. 깨어나서 처음 물어본 것이 오늘 며칠이냐였고. 오늘이 그날 8월 20일이지만, 지금은 갈 수가 없다.

 

아키토는 전화를 걸어 불꽃 축제에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본인의 상황은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각자의 병실에서 통화를 하며 불꽃 축제를 보고 있다. 통화 중 하루나가 무슨 말을 했는데, 폭죽 소리가 커서 전달되지 않았다. 아마도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 

 

나중에 밝혀지는데, 하루나는 아오키가 환자복을 입고 병원을 걷는 것을 보았고, 간호사인 엄마에게 물어봐서 아키토가 1년 시한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키토는 하루나의 친했던 친구 미우라와 화해를 하게 해 준다. 하루나의 그림에서 둘이 보낸 시간들을 알게 되고 다시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 둘 사이에는 오해가 있었고 그렇게 셋은 잘 지낸다. 미우라가 준 학예회 초대권으로 아키토는 하루나를 휠체어에 태워 외출을 한다. 아키토는 하루나가 천국을 그리는 것보다 남은 시간을 이곳에서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거베라 꽃말

병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선물을 사 오라고 했고, 아키토는 거베라 꽃을 5송이 사 왔다. 그리고 6송이. 거베라 꽃은 색깔과 개수에 따라서 꽃말이 다르다고 한다. 아키토는 처음에는 5송이를 사왔고, 다음에는 6송이를 사왔다. 

 

하루나가 죽고 SNS를 통해 하루나가 자기 마음을 적어놓은 글을 발견한다. 그리고 3송이의 거베라 꽃 그림을 발견한다. 5송이는 희망, 6송이는 '당신에게 푹 빠졌습니다', 3송이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처음부터 시한부임을 드러낸 영화라서 둘 다 결국은 죽겠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는 했었는데, 그래도 하루나가 죽기 전 1분, 1초라도 더 살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던 말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하루나의 바람대로 열심히 살고 간 아키토. 아무리 영화라지만 두 사람의 죽음을 보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지만 이 둘은 너무 어렸다. 아직은 좀 더 살아보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의 삶은 짧았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던 이쁜 사랑을 하고 가서 다행이라고. 아키토에게도 미우라가 끝까지 함께 해 줘서 외롭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10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기억하려고 한다. 슬프고 아팠던 기억은 잊고 즐겁고 행복했던 장면들만 기억하려고 한다. 내가 본 최근 영화 중 제일 풋풋하고 아름다웠다. 나에게도 10대가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