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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드 랜드. 안도 사쿠라 주연이라서 보게 된 영화인데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범죄물이라고 하기에는 폭력과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았고, 내용도 짜임새 있어서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보았다. 주인공 네리는 현재 노인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등을 하는 조직에서 일한다. 주 무대인 오사카의 경찰들이 이 조직을 쫒고 있다. 동생 죠가 등장하고 친부인 타카기를 죽이게 된다.

 

배드 랜드 일본 영화 (네리, 네리와 죠, 자유)
배드 랜드 일본 영화 (네리, 네리와 죠, 자유)

 

네리

네리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몇 년 전까지는 도쿄의 대기업에서 고야의 비서로 일했다. 말이 좋아 비서이지 고야의 성노예로 살았었다. 겨우 도망을 쳐서 본인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타카기의 조직에서 일하게 되었다.

 

형편 안좋은 노인들이 모여 사는 펠로우십 빌라에서 살고 있다. 노인들을 관리하기 위해 가까이 살게 된 것이다. 이곳에는 어릴 적부터 봐왔던 만다라 할아버지가 있고, 보이스 피싱 일을 다섯 번째 같이 한 교수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네리는 얼마 전 형기를 마치고 나온 이복 남동생 죠의 취직을 타카기에게 부탁한다. 죠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영화가 재밌었다. 죠라는 예측불가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뭔가 나의 계획대로 안 되는 느낌이다. 물론 나의 계획대로 될 필요는 없겠지만.

 

그리고 고야라는 인물은 놀랍다. 모두가 회장이라고 부르고 돈많은 사업가인데, 성적 편력이라고 해야 할지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주 독특한 인물이다. 비서가 비서가 아니고 여자가 여자가 아닌 듯 취급한다. 많지 않은 몇 장면이 충격이었다.

 

네리도 비서로 성노예로 일하다가 폭행을 당해서 왼쪽 고막이 터졌다. 영화에서 연일 '죄송합니다. 왼쪽으로는 못 듣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도 고야는 '네리가 자기의 마음을 뺏고 도망갔다'며 네리를 계속 찾는다.

 

상상만으로 무섭다. 누군가 나를 계속 쫒고있다면 나는 세상 끝까지라도 도망하고 싶은데 상대방은 내가 좋다며 권력과 힘을 이용해서 끝까지 쫒는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네리와 죠

죠는 강도짓을 계획하고 타카기에게 왔고 그곳에는 네리가 있었다. 몸싸움을 하다 타카기가 네리를 불러 죠를 죽이라고 하는데, 네리는 타카기의 옆구리를 찌른다. '우리 엄마는 당신을 싫어했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 했지만 능숙하게 처리한다. 이들 둘은 전에도 같이 사람을 묻었던 경험이 있었다. 친부는 10대인 네리와 네리의 엄마를 설탕공장 공장장에게 팔아버린다. 어려서부터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살다가 이복동생 죠가 아버지를 죽임으로 지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때도 의붓아버지의 시체를 같이 묻었었다. 한번 해봐서 이번은 쉽다는 얘기를 한다.

 

통장을 찾고 도장을 찾고 비밀번호는 모른다. 예전에 친부 타카기와 같이 일했던 지금은 오락가락하는 만다라를 찾아간다. 만다라는 네리를 지켜주겠다고 하고 둘의 대화중에 비밀번호를 알아낸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리의 생일이다.

 

벌써 타카기가 연락이 안된지 36시간쯤 흘렀고 뒤를 봐주는 야쿠자들이 나타날 시간이다. 만다라는 그동안과 달리 술을 끊고 명상을 한다. 마지막 남은 힘을 네리에게 쏟으려고 하는 것이다.

 

죠도 만다라를 찾아 전략을 짠다. 네리에게 누군가 찾아오고 말하는 중에 뭔가 눈치를 챈 듯하다. 네리와 몸싸움 중 만다라와 죠가 오고 만다라는 그를 묶고 고문을 한다. 예전의 인맥을 동원해서 돈을 무사히 찾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은 타카기가 있어서 네리가 보호받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타카기가 없으니 고야가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인 상황. 제멋대로인 동생 죠는 고야를 죽이러 가고 성공하는데 결국 죠도 죽고 만다.

 

자유

영화는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재밌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억지로 꿰어 맞춘 듯한 느낌이 있었다. 벌려놓은 서사가 많아서 하나하나 수습을 하려다 보니 필요 없는 장면이 들어가 있는 듯했다. 

 

도박장에 간 것, 빚을 진 것, 살인 청부 등. 마지막에 굳이 찾아와서 비트코인으로 바꿔주는 장면은 제일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다. 암튼 후반부는 내용은 많은데 별로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재밌게 잘 봤던 영화다.

 

영화 중에 월요일마다 동네를 뛰어다니는 무녀가 등장하기에 뭔가 할 것 같았는데, 제일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복선을 깔아 두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네리는 자유를 찾는다.

 

동생 죠는 누나를 위해서 본인의 역할을 다 해냈다. 나는 예측불가라서 싫어했는데 마지막에 누나를 위해 목숨을 걸 줄이야. 첫 번째도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누나를 구해줬고, 이번에도 고야의 손아귀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게 해 주었다. 피가 안 섞여도 이렇게 서로를 위해주는 끈끈한 사이일 수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네리는 만다라와 죠의 도움으로, 그동안 꿈꿔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범죄물에 가깝지만 힘없는 노인들이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의 메시지도 전했다. 한국도 노인 빈곤이 문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남의 얘기로만 보이지 않았다. 나의 노년도 살짝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도 일본은 복지가 좋은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복지의 사각지대, 좀 더 촘촘하게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노년은 오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