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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영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이 영화를 골랐다. 지금이 여름이니 계절적으로 딱이다 싶어서 선택했는데 내용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가마쿠라의 오래된 넓은 집에서 사는 세 자매의 이야기, 아니 네 자매의 이야기. 예상은 벗어났지만 소소한 일상에서의 평화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매실을 따며 매실주를 담그며, 멸치 덮밥을 함께 먹고, 옷을 차려입고 불꽃놀이를 하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버지의 부고, 잔멸치덮밥, 치유과정)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버지의 부고, 잔멸치덮밥, 치유과정)

 

아버지의 부고

아버지의 소식이 왔다. 어릴 적 세 자매를 두고 떠난 아버지의 부고. 큰 딸 사치는 밥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동생 요시노와 치카에게 전한다.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된 이복동생 스즈. 사치는 아버지의 간호를 어린 스즈가 맡아서 했음을 눈치챈다. 장례가 끝나고 사치는 스즈에게 같이 살지 않겠냐고 한다. 스즈의 입장에서도 친아버지가 없는 새엄마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네 자매의 이야기.

 

나는 처음에 영화 제목만 보고 바닷가의 시원하고 역동적인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영화의 선택은 잘한 것 같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가 이렇게 평화롭게 그려졌다는 것이 의아하면서 좋았다.

 

아버지 어머니 없이 두 동생을 건사해야 했기에 첫째 사치는 책임감이 강하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다. 둘째 요시노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은행원이다. 셋째 치카는 낙천적이다. 넷째 스즈, 학교 축구팀에 들어가 이 마을에 적응해 나간다.

 

아버지의 부재 때문인지 세자매의 연애는 그다지 좋지 않다. 요시노는 남자친구에게 퍼주는 스타일이다. 찌질한 남자 친구가 있다. 사치는 사람 좋아 보이는 의사 애인을 뒀지만, 그는 유부남이다. 별거 중이라고는 하지만. 막내가 된 스즈는 본인으로 인해 언니들의 가정이 깨졌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스즈는 사치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그 말을 듣는 사치는 자기도 상처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불편한 기분이 든다. 

 

잔멸치 덮밥, 치유 과정

세자매의 할머니가 엄마 어릴 때 심어놓은 나무에서 해마다 매실이 열린다. 올해는 넷이 함께 매실을 따고 매실주를 담근다. 매실에 뾰족한 것으로 본인의 이름을 새기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함께 멸치 덮밥을 먹고 매실주를 마시고, 처음 술을 먹어본 스즈는 귀여운 주정을 한다. 언니들은 자고 있는 스즈를 귀엽게 내려다본다. 

 

현실적으로 본인들을 떠난 아버지가 낳은 이복동생을 이렇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 자매는 본인들과 같이 스즈도 상처받은 한 사람으로 품어준다. 아버지가 떠난 뒤 어머니까지 집을 나가버리고 세 자매가 남겨졌을 때 어땠을까? 많이 원망했을 것이다. 그래도 사치는 외할머니의 기일에 만나게 된 엄마에게 마음을 연다. 담근 매실주를 선물로 준다.

 

나라면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릴적의 상처지만 아무리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쉽게 잊혀질 리 없다. 사치는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철없는 엄마도, 이복동생도 품을 줄 아는 괜찮은 사람. 내가 큰딸이어서 그런 것인지, 네 자매 중 사치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라면 못했을 텐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저것은 마음에 안 든다 하면서 내가 사치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요란 스럽게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다. 모두 상처를 안고 있지만, 일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 마을의 식당 아주머니 사치코의 장례식을 통해 삶이란 이런 것이다. 조용히 알려준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대단하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서로를 받아주는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나는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잔잔하면서도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들이 많다. 특별한 사건 없이 조용히 많은 것을 보여 주는 영화가 내가 알고는 일본 영화다. 누군가는 너무 단조롭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게 좋다. 슴슴한 재료 본래의 맛에 집중한 것 같은 소박하지만 영양 가득한 음식 같다. 이 영화가 그랬다. 평범하고 아름다운 가족이야기. 이 영화를 선택하길 잘했다.

 

언제가 일본에 가게 되면 가마쿠라에 들러 꼭 그 바닷가를 걷고싶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네 자매가 걸었던 그 바닷가 말이다. 그리고 잔멸치 덮밥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