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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간 8명의 대원들의 이야기. 남극 기지, 남극 대원들 하면 수염이 얼어있고, 동상이 걸리거나, 독한 술을 마시고, 먹을 것도 부족하고. 이런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추운 것은 맞다. 영화에서 나온 돔 후지 기지는 펭귄도 바다표범도 살지 않는 추위와 얼음과 눈만 있는 곳이다. 기압이 낮아서 무엇을 해도 숨이 차다. 그러나 먹을 것은 풍부해 보인다. 그래서 맛있는 셰프의 요리를 매일 먹을 수 있다.

 

남극의 쉐프 (남국, 쉐프의 요리, 향수병)남극의 쉐프 (남국, 쉐프의 요리, 향수병)
남극의 쉐프 (남국, 쉐프의 요리, 향수병)

 

남극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제목만 보고 선택했던 영화인데 재밌었다. 첫 장면은 집에 가겠다고 눈 위를 막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매일을 하얀 눈만 보며 작은 공간에 갇혀 있듯이 생활하니 갑갑하고 뛰쳐나가고 싶을 수도 있었겠다.

 

실상은 힘들고 외로웠겠지만 영화에서는 가볍고 재밌게 그려냈다. 매일 먹을 것을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처럼 식사 시간이 되면 달려 돌아오고, 게걸스럽게 맛있게 먹고, 그렇게 먹고도 밤에는 야식을 먹고.

 

식사 시간이 되어 눈 위에서 일하고 있는 대원들을 부르러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여러분, 점심시간입니다. 오늘 메뉴는 맛있는 주먹밥과 따끈따끈한 된장국입니다. 주먹밥 속 재료는 홋카이도산 연어알을...'

 

마작을 하고, TV를 보고, 과자를 먹고, 칵테일을 만들어 먹고, 첫 장면에서 나왔던 빙하팀의 팀원 니이얀은 뛰쳐나가고 싶은데, 의료팀 후쿠다는 2, 3년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있으면 장난을 친다. 빨간색 쥬스같은 것으로 얼음 위에 선을 긋고 야구를 한다. 선으로 그어놓은 빨간 얼음을 숟가락으로 긁어먹어 보고 맛있어서 여럿이 긁어먹기도 하고.

 

유쾌하고 재밌다. 춥고 힘들지만 그 상황에서 재미를 찾아서 즐긴다. 어쩔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무료하거나 갑갑할 테니까. 나는 잠깐 상상을 해 봤는데, 아무리 맛있는 게 많다고 해도 일단 영하 50도의 추위는 못 견딜 것 같다.

 

 

쉐프의 요리

요리를 담당하는 쉐프가 있으니 균형 맞는 맛있는 요리를 매일 먹을 수 있다. 예상외로 음식 재료가 많아서 먹고 싶은 것은 뭐든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먹음직스럽고 군침 도는 메뉴가 많이 나온다. 

 

하루는 닭새우라는 것이 있다는 말이 돌고 대원 모두가 '새우튀김'을 외친다. 닭새우는 커다란 것이라서 회로 먹거나 다져서 요리를 하면 어떠냐고 하지만, 모두 듣지 않고 새우튀김을 외친다. 새우튀김, 새우튀김, 새우튀김... 드디어 식사 시간, 랍스터인지 새우인지 모를 비주얼이다. 회로 먹는 게 좋았겠다면서도 맛있게 먹는다.

 

매일 야식을 먹다 보니 라면이 벌써 떨어졌다. 라면을 특히 좋아하는 대장은 눈물을 흘리며 불쌍한 모습을 보인다. 모토의 아이디어로 간수를 대신할 재료를 찾고, 요리사 니시무라는 면을 만들어 맛있는 라면을 만들어 준다. 행복해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니 나의 마음도 따뜻해졌다.

 

오늘은 모토의 생일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니 고기란다. 두꺼운 고기. 큰 고기 덩어리를 가지고 나왔는데, 프라이팬에서는 무리일 것 같다. 후쿠다는 긴 공구에 고기를 찔러 넣고 니시무라는 겉에 기름을 잔뜩 바르고 불을 붙인다. 쥐불놀이 하듯 큰 불덩이가 되어버려서 막 돌리더니 후쿠다는 너무 재미있단다. 신나서 달려 나간다.

 

이곳에서의 요리는 고향이고 가족이다. 집이고 위로다. 니시무라의 정성스러운 요리를 먹으며 대원들은 힘든 시간을 버텨 낸다. 서로 예민해져서 가끔 폭발하지만, 서로를 보듬어 주며 힘든 시간을 즐겁게 잘 보낸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음식이 주는 위안을 떠올렸다. 요즘은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많아서 음식을 소홀히 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역시 음식만 한 게 없다.

 

 

가족, 향수병

몇 명의 대원들이 소리치고 뛰쳐나가고, 싸우고 했었다. 영화에서 깊이 다루지는 않았지만 그곳의 생활이 만만치 않았을 것은 짐작으로 알 수 있다.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할 수야 있지만, 교환원을 통해야 하고 요금이 비싸다.  

 

모토는 가족에 전화를 하고 딸과는 통화를 했는데 와이프는 받고 싶지 않다고 한다. 가장 젊은 니이얀은 전화를 자주 하는데,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어느 날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한다.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씻고, 비디오를 보며 아침 체조를 한다. 그날의 할 일을 한 명씩 발표한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1년의 임무를 마지고 모두 무사히 귀국을 한다. 

 

남극이니, 남극 탐험이니 듣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영화에서 많은 것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 그곳에서 하는 일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들고 마음 아프지 않게 가볍고 재밌게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이제는 이 장소가 정겹게 다가온다. 물론 이곳에 간다 해도 이 장소는 없겠지만.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남극에는 갈 수 없고, 홋카이도가 영화의 촬영지였다고 하니, 나는 추운 겨울에 홋카이도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올 겨울 여행지는 북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