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가 문득 고른 영화, 제목이 독특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었다.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일반적이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이 반대인 남녀의 만남이라니, 현재는 둘 다 20살의 나이지만,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타카토시의 시간은 하루하루 미래로 향하고 있고, 여자 주인공 에미는 하루하루 과거로 가고 있다? 설정은 알겠는데 납득이 가지 않았다. 5년에 한 번씩 30일을 만날 수 있는 사이.

첫 만남
어쩐지 첫 만남부터 분위기가 묘했다. 타카토시는 에미에게 첫눈에 반하고 전철에서 같은 역에 내리게 되면 말을 걸겠다고 결심한다. 같은 역에 내리고 말을 걸고 짧은 얘기 후 다시 전철을 타고 가며 '내일 또 보자'라고 하는 에미.
전화번호도 모르고 몇 시에 만나는지도 모른 채 그냥 헤어진 타카토시는 다음 날 같은 시간 같은 전철역에서 기다리지만 에미는 오지 않고, 학교 과제 때문에 동물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에미. 타카토시의 기린 그림이 교실 벽에 붙을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에미.
둘은 매일 만나 데이트를 하고 가까워진다. 에미는 첫 만남 때도 눈물을 흘렸었고 두 번째 만남에서도 세 번째 만남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에미는 눈물이 많다고 했고 타카토시도 그런 줄 알았다.
어느 날 새로 이사한 타카토시의 집에서 에미는 카레를 만들어 주고 맛있다는 타카토시에게 초콜릿을 넣는 게 비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타카토시 집의 비법, 엄마의 비법인데 어떻게 알았을까 의문이 들고 예지 능력이라도 있냐며 농담을 하지만, 에리가 돌아가고 집에 와 보니 에리의 수첩이 떨어져 있었다.
3월 5일, 나에게는 12일째, 타카토시에게는 19일째. 3월 15일, 나에게 2일째, 타카토시에게 29일째. 3월 16일, 나에게는 첫날, 타카토시에게는 마지막 날. 기록된 메모장의 날짜가.
시간의 엇갈림
마지막 날, 30일째, 타카토시는 에미에게 모델을 부탁하고 타카토시는 그림을 그린다. 에미는 자기도 부탁이 있다며 30일 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알려 달라고 한다. 수첩을 2개 준비해서 하나는 타카토시가 말해준 내용을, 하나는 에미가 느낀 것을 적는다.
첫 만남의 장소였던 그 전철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에미는 묻는다. 나는 좋은 여자 친구였어? 그동안 재밌었어? 그리고 자정 12시. 전철이 들어오고 그녀는 사라진다.
"우리는 엇갈리는 게 아니야, 끝과 끝이 이어져 있어". 그렇게 말해준 미래의 너는 믿음직스럽고 무척 멋진 사람이었어. 에리는 말한다.
그리고 5년 뒤인 듯 어려져 있는 에미, 타카토시가 보여준 그림을 보고 있다. 5년 후의 자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림을 보며, '거기에는 당신에게 사랑받은 내가 있었다. 스무 살의 타카토시가 보고 싶어 졌다. 스무 살의 우리 둘을'. 에리의 마음속 독백이다.
만나서 데이트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서로 공감할 수 없는 것이 타카토시는 힘들고 싫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데 에리가 적어놓은 수첩을 보며 연기를 하는 것 같아서 데이트 중 화를 내고 가버렸다.
힘들어하던 중, 그래서 첫 만남 때부터 에리가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까지 즐겁게 지낸 것은 에리의 희생 때문이었던 것을 깨닫고 내일 만나게 될 어제의 에리한테 전화를 해서 상황설명을 한다.
첫 만남에서 에리가 만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중간쯤 지나서는 타카토시가 눈물을 흘리거나 고민하게 된다.
타카토시의 말처럼 둘이 가족이 될 수 없는 이 상황이 힘들 것이다. 사랑하면 같이 있고 싶고 가족이 되고 싶어지는 것인데 말이다. 슬픈 사랑 얘기. 독특한 설정이지만, 정말 이런 삶이 있다면,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른 세계가 있어서 시간이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면, 생각만 해도 뭔가 슬프다.
같이 있고 같이 겪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받고 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삶인데,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 타카토시는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과거를 향하고 있는 에리를 계속 만난다. 나는 나이를 먹은 탓인지, 그래서 순수함을 잃어버린 것인지 이 영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공감이 되지 않는다.

